작년을 떠들썩하게 만든 한국 작가가 있다. '한강'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인구 5천만이 조금 넘는 작은 이 땅에서 노벨문학상이라니...사실 충격이고, 감동이었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나는 어른이 되고,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를 읽고 톨스토이한테 완전 반해서 그가 쓴 책을 모조리 다 사서 다 읽었었다. 나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라고 하니 갑자기 내가 사랑하는 톨스토이가 떠올라서 그정도 수준의 글을 쓰는 작가가 우리나라에서 나왔을까 싶었다.
사실 인터넷에 한강 작가 관련 강의나 영상들이 굉장히 많이 떠돌아 다녔지만, 나는 어느 하나 클릭해보지 않았다. 아무런 정보 없이 책을 먼저 읽어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 남편이 '소년이 온다' 와 '채식주의자' 책을 주문했다.
두 책중에 옅은 파랑에 큰 꽃잎이 펼쳐진 '채식주의자'를 먼저 읽었다. 왠지 이 책이 더 끌렸던 건 이 책의 제목이 더 익숙했기 때문일 것이다. 집에서 집안일 안하는 틈틈이 책을 읽었는데, 이틀만에 다 읽었다. 시간으로 따지면 두세시간 정도 되려나?

한번 읽기 시작하면 멈추기 힘들정도로 굉장히 자극적이고, 표현력이 상상초월이었다. 이 책을 달리 어떻게 설명할수 있을까? 신선하다. 충격적이다. 이 표현이 딱 어울릴 것 같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이렇게 세 장로 나눠져있고 각 장은 각 장의 주인공의 입장에서 글이 씌어있지만 결국 세 장은 연결이 된다.
나의 보잘것없는 예술감각과 문해력으로는 이 책이 너무 선정적이고, 너무 자극적으로 느껴져서 사실 조금은 허탈했다. 그래서 '소년이 온다'를 읽고 싶은 생각이 안들었다.
2개월 정도 '소년이 온다' 책을 방치하다가 어제 불현듯 이 책을 들고 애들을 픽업하기 위해 차에 올라탔다. 아이들 기다리면서 둘째가 차에서 낮잠이 들어 아이가 깨기전까지 그리고 오늘또 픽업하면서 차안에서 이책도 이틀만에 다 읽었다.
'소년이 온다' 는 광주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작가가 쓴 책인데, 전혀 뻔하지 않았다. 역시나 표현력이 어마어마해서 한번 읽고 다시 보게되는 구절이 굉장히 많았고, 사실적이고 생생했다. 책을 읽으면서 그시절 살인마들 때문에 욕을 내뱉으면서 읽다가 희생자들 때문에 가슴이 아려오는 통증으로 눈물이 나기도 했다.

나도 광주가 고향인데, 나는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내가 읽으면서 몇번을 다시 들춰 본 대목들을 좀 적어볼까 한다.
'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군인들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상한 건, 그들의 힘만큼이나 강렬한 무엇인가가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흙탕물처럼 시간이 나를 쓸어가길 기다립니다. 내가 밤낮없이 짊어지고 있는 더러운 죽음의 기억이, 진짜 죽음을 만나 깨끗이 나를 놓아주기를 기다립니다'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우리는 고귀하니까.'
참 아이러니한 사실은 작년에 이 책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나라와 작년에 계엄령이 선포된 나라가 같은 나라라는 거!!! 1980년 광주에서 벌어졌던 무자비한 학살과 끔찍한 희생이 2024년에 다시 재현될 뻔했다는 사실이 소름돋고 화가 난다.
분수대를 보면 전남도청의 분수대가 생각날 것 같고, 교복입은 중고생을 보면 그날의 희생자들이 생각나고, 나의 모교인 전남대를 가면 그때의 고문과 학살들이 떠오르는데, 나는 나의 고향을 어떻게 기분좋게 방문할 수 있을까?
우리가 누리는 삶의 가장 작은 부분도 저절로 이뤄진 것은 없다는 생각에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만들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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